1권 창조와 족장 · 창세기 9-11장

제7장 무지개

홍수가 끝나고 노아의 가족 여덟 명이 방주에서 나온 뒤의 이야기다. 세상에 남은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이 장은 그 여덟 사람에게서 다시 온 땅의 민족들이 퍼져 나가는 수백 년을 따라간다. 사람들이 모여 탑을 쌓은 시날 평지는 지금의 이라크 남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넓은 들판이다. 이 장 끝에 나오는 갈대아 우르도 그 근처에 있던 큰 도시다.

이 장은 노아의 아들 셈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셈은 홍수 뒤로 오백 년을 더 살았다. 그래서 자기 자손 열 대가 태어나는 것을 보았고, 그 끝에 아브람이라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까지 보았다.

이 장의 사람들: 셈(화자, 노아의 맏아들), 노아(셈의 아버지), 함(셈의 동생, 가나안의 아버지), 야벳(셈의 동생), 니므롯(함의 손자, 첫 용사), 데라(셈의 8대손, 아브람의 아버지), 아브람(데라의 아들, 아내 사래), 롯(아브람의 조카)

구름 속에 활이 걸려 있었다.

비가 그친 뒤 하늘에 물기가 남아 있었고, 그 위로 여러 빛깔이 둥글게 휘어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동생 야벳이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키다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함부로 가리켜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것을 보기 전에 하나님이 아버지와 우리 형제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불어나서 땅을 가득 채워라. 땅의 모든 짐승과 하늘의 모든 새와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바다의 모든 물고기가 너희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할 것이다. 내가 그것들을 너희 손에 맡겼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너희의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전에 푸른 채소를 준 것처럼 이제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준다.

그러나 고기를 생명이 있는 피째로 먹어서는 안 된다. 너희의 피, 곧 너희의 생명에 대해서는 내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짐승이든 사람이든, 사람의 생명을 해치면 내가 반드시 갚게 하겠다. 누구든지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사람에 의해 흘려질 것이다. 내가 사람을 내 형상대로 지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자식을 많이 낳고 불어나서 온 땅에 퍼져 번성해라.

해설 피는 생명을 뜻한다. 그래서 피째 먹지 말라고 하셨고, 훗날 율법은 피가 생명이므로 죄를 속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한다(레 17:11). 사람의 피를 흘린 자를 벌하라는 말씀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에 그 생명이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이 말씀을 나라에 맡겨진 재판의 권세의 뿌리로 보기도 한다(롬 13:4).

사람의 피. 방주 안에서 우리가 일 년 동안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던 것이었다. 물 밖에 있던 사람들. 하나님은 피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셨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이라서.

그리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너희와, 너희 뒤에 올 자손과,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과 언약을 세운다. 새와 가축과 들짐승, 방주에서 나온 모든 것과 세운다. 다시는 홍수로 모든 생명을 멸하지 않겠다. 땅을 쓸어버리는 홍수는 다시 없을 것이다.

나와 너희와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이 언약의 표는 이것이다.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다.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운 언약의 표다. 내가 구름을 일으켜 땅을 덮을 때 구름 속에 무지개가 나타나면, 나는 나와 너희와 모든 생물 사이의 언약을 기억하겠다. 다시는 물이 모든 생명을 멸하는 홍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내가 그것을 보고 나와 땅 위의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운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겠다.

이것이 내가 나와 땅 위의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운 언약의 표다.

해설 "언약"은 하나님이 스스로를 묶어 지키시는 엄숙한 약속이다. 무지개 언약은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 조건 없이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맺으신 것이다. 성경은 이 뒤로 아브라함, 모세, 다윗과 맺으신 언약을 거쳐, 예수님의 피로 세우신 "새 언약"(눅 22:20)까지 이어진다.

그 뒤로 비가 올 때마다 우리는 하늘을 보았다. 먹구름이 몰려오면 아내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러다 구름 사이로 활이 걸리면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하나님이 보시고 기억하시겠다는 표. 그것이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땅을 일구는 사람이 되어 포도나무를 심었다.

그 포도로 만든 술을 마시고, 아버지는 취해서 천막 안에서 옷을 벗은 채로 잠이 들었다.

동생 함이 먼저 들어갔다. 함은 그때 이미 가나안이라는 아들을 둔 아버지였다. 함은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보았다. 그리고 덮어 드리지도 않은 채 밖으로 나와 야벳과 나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야벳과 나는 겉옷을 하나 집어 둘의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뒷걸음질로 천막에 들어갔다. 얼굴을 돌린 채로. 발끝으로 바닥을 더듬으며 들어가 그 옷을 아버지 위에 덮었다. 우리는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보지 않았다.

방주를 짓던 손이었다. 홍수 속에서 일 년 동안 우리를 지킨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었다.

아버지가 술에서 깨어 작은아들 함이 한 일을 알았다. 그리고 말했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라. 그는 형제들의 가장 낮은 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양하여라. 가나안은 셈의 종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야벳을 크게 넓혀 주셔서 셈의 천막에 머물게 하시고, 가나안은 그의 종이 되기를 바란다."

셈의 하나님. 아버지는 나를 축복하지 않았다. 내 하나님을 찬양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내가 받은 복은 내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나의 하나님이시냐였다.

해설 왜 잘못한 함이 아니라 그 아들 가나안이 저주를 받았는지 성경은 설명하지 않는다. 훗날 가나안 땅 사람들의 죄와 이스라엘이 그 땅에 들어가는 일을 미리 내다본 말로 읽는 풀이가 많다. 예전에 이 구절을 "함의 저주"라 부르며 피부색이 다른 민족을 차별하는 근거로 쓴 일이 있었지만, 성경과 맞지 않는 잘못된 해석이다.

아버지는 홍수 뒤로 삼백오십 년을 더 살았다. 구백오십 살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 세 형제에게서 사람들이 온 땅에 퍼졌다.

야벳의 자손은 바닷가 땅으로 나가 저마다 말과 종족과 나라를 이루었다. 함의 자손은 남쪽 구스와 애굽, 그리고 가나안 땅으로 퍼졌다. 내 자손 가운데는 엘람과 앗수르와 아람이 있었고, 아르박삿의 손자 에벨이 있었다. 에벨은 아들 하나를 벨렉이라고 불렀다. "나뉨"이라는 뜻이다. 그때 세상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노아의 자손들에게서 땅의 여러 나라가 이렇게 나뉘어 나왔다. 족보표 2

그 이름들 가운데 하나를 따로 말해야 한다. 함의 손자, 구스의 아들 니므롯. 그는 세상에 처음 나타난 힘센 용사였다. 여호와 앞에서도 이름난 사냥꾼이어서, 사람들은 "여호와 앞에서 니므롯 같은 힘센 사냥꾼"이라는 말을 속담처럼 썼다. 그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나라를 시작했고,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 그리고 니느웨와 갈라 사이의 큰 성 레센을 세웠다.

성. 사람들이 다시 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때 온 세상은 하나의 말을 쓰고 있었다. 단어도 같았다.

사람들이 동쪽으로 옮겨 가다가 시날 땅에서 넓은 들을 만나 거기 자리를 잡았다. 그 들판에는 돌이 귀했다. 사람들이 서로 말했다.

"자, 벽돌을 만들어 단단하게 구워 내자."

그들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흙 대신 역청을 발랐다. 그리고 또 말했다.

"자, 성을 쌓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자. 그래서 우리 이름을 날리고, 온 땅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시날 들판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그 탑 이야기를 했다. 벽돌 굽는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줄지어 벽돌을 날랐고, 모두 같은 말로 외치며 일했다고. 그 소리가 하나로 뭉쳐 들판을 울렸다고.

나는 그 벽돌을 생각했다. 방주의 나무와는 달랐다. 나무는 하나님이 자라게 하신 것을 다듬은 것이었다. 벽돌은 사람이 흙을 이겨 불로 굳힌 것이었다. 사람이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일이 그들을 들뜨게 했을 것이다.

흩어지지 말자. 나는 그 말이 걸렸다. 하나님은 온 땅에 퍼지라고 하셨다. 그들은 한곳에 모여 자기 이름을 높이고 있었다. 방주를 지을 때 아버지는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지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높이로 쌓고 있었다.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쌓는 성과 탑을 보시려고 내려오셨다. 하늘에 닿겠다던 탑이었다. 그런데 하나님 쪽에서 보면 그것은 몸을 낮춰 내려오셔야 보일 만큼 작은 것이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보아라, 이들은 한 민족이고 모두 한 가지 말을 쓰기 때문에 이런 일을 시작했다. 이제 그들이 하려고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든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여호와께서 그들을 거기서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들은 성 쌓기를 그만두었다.

그래서 그곳 이름을 바벨이라고 했다. "뒤섞다"라는 말과 소리가 닮은 이름이다.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세상의 말을 뒤섞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기 때문이다.

해설 여기서도 하나님은 "우리가 내려가서"라고 하신다(1장 해설 참고). 바벨에서 말이 뒤섞여 사람들이 흩어졌다면, 신약의 오순절에는 성령이 오셔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각자 자기 말로 복음을 알아들었다(행 2장). 흩어진 사람들을 하나님이 다시 모으시는 이야기가 거기서 시작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 된 사람들은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무리를 지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떠났다. 쌓다 만 성은 들판에 그대로 남았다. 흩어지지 않으려고 쌓던 것이 흩어짐의 표가 되었다.


내 줄기는 이렇게 이어졌다.

나는 백 살 되던 해, 홍수가 끝나고 두 해 뒤에 아르박삿을 낳았다. 아르박삿은 셀라를, 셀라는 에벨을, 에벨은 벨렉을 낳았다. 벨렉은 르우를, 르우는 스룩을, 스룩은 나홀을, 나홀은 데라를 낳았다. 홍수 전 사람들과 달리 그들의 수명은 대마다 짧아졌다. 아르박삿은 사백삼십여 년, 나홀은 백사십팔 년을 살았다. 나는 그들 누구보다 오래 살았다. 족보표 3

데라는 일흔 살 이후에 세 아들을 낳았다.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이다. 하란은 아들 롯을 낳았다. 그런데 하란은 아버지 데라보다 먼저, 고향 갈대아 우르에서 죽었다.

아브람은 사래와 결혼했다. 나홀은 밀가와 결혼했는데, 밀가는 죽은 하란의 딸이었다. 하란에게는 이스가라는 딸도 있었다.

그 아이들 가운데 아브람이 태어났을 때, 나는 이미 삼백 살을 훌쩍 넘겨 있었다. 우르에서 온 사람이 그 소식을 전했다. 데라에게 아들이 났다고. 이름은 아브람, "높은 아버지"라는 뜻이라고. 나는 그 이름을 몇 번 소리 내어 불러 보았다. 아버지라.

그런데 그 아이가 자라서 맞은 아내 사래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자식이 없었다.

열 대를 내려온 내 줄기의 끝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가 서 있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오래 앉아 있었다.

데라는 아들 아브람과, 손자 롯과, 며느리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 우르를 떠났다.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란이라는 곳에 이르러 거기 머물러 살았다. 데라는 이백다섯 살에 하란에서 죽었다.

우르를 떠나던 날의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나귀에 짐을 싣고, 양 떼를 몰고, 조상의 무덤을 뒤에 두고 떠났다고 했다. 북쪽으로, 유브라데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고.

나는 아직 살아 있었다. 무지개를 처음 본 눈으로, 나는 하란으로 떠난 그 집안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잇기 전에, 동쪽 우스 땅에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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