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창조와 족장 · 창세기 41장

제28장 바로의 꿈

애굽, 경호 대장의 집 안에 있는 왕의 감옥. 요셉은 주인의 아내에게 누명을 쓰고 왕의 죄수들을 가두는 감옥에 갇혀 있다. 거기서 바로(애굽 왕)의 술 맡은 관원장의 꿈을 풀어 주었고, 꿈대로 그는 풀려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요셉은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잊어버렸다. 그로부터 꼬박 두 해가 지났다. 애굽은 나일 강이 해마다 넘쳐 흘러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나라였다. 강이 곧 나라의 목숨이었다.

이 장은 요셉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야곱의 아들로, 형들에게 팔려 애굽에 온 지 십삼 년째, 서른 살이 된 해다.

이 장의 사람들: 요셉(화자, 감옥에 갇힌 히브리 종), 바로(애굽 왕), 술 맡은 관원장(요셉이 꿈을 풀어 준 뒤 복직한 신하, 요셉을 잊었음), 간수장, 아스낫(온의 제사장 보디베라의 딸, 요셉의 아내), 므낫세와 에브라임(요셉의 두 아들)

그날도 나는 다른 죄수들의 아침을 나누고 있었다.

빵 조각을 세고, 물 항아리를 옮기고, 앓는 사람의 이마를 짚었다. 두 해 동안 그렇게 지냈다. 처음에는 문이 열릴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나중에는 들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을 그만두었다기보다, 기다리는 일이 몸에 배어 더는 고개를 들 필요가 없었다.

그날 문이 거칠게 열렸다. 왕궁 사람들이었다. 간수장이 앞장서 나를 찾았다.

"요셉! 바로께서 부르신다. 당장!"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그들이 나를 끌어냈다. 쇠고랑이 풀렸다. 누가 면도칼을 들고 왔다. 애굽 사람들은 수염 기른 얼굴로 왕 앞에 서지 않는다. 차가운 날이 턱을 지나갔다. 누가 깨끗한 옷을 던져 주었다. 갈아입는 손이 떨렸다. 또 옷이었다. 이번에는 옷이 입혀지고 있었다.


왕궁은 넓었고 밝았다. 기둥이 하늘까지 솟아 있었다. 바닥에 내 그림자가 비쳤다. 그 끝에 바로가 앉아 있었다. 신하들이 양옆에 늘어서 있었는데, 그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하나 있었다. 술 맡은 관원장. 그는 내 눈을 피했다.

나중에 들었다. 그날 아침 바로가 꿈 때문에 마음이 몹시 어지러웠다고. 애굽의 마술사와 지혜자들을 다 불러 꿈을 말했지만 아무도 풀지 못했다고. 그때 술 맡은 관원장이 나섰다고 했다.

"오늘에야 제 잘못이 생각납니다. 전에 바로께서 저희에게 화가 나셔서 저와 빵 굽는 관원장을 경호 대장 집 감옥에 가두셨을 때, 저희 둘이 한날 밤에 각각 뜻이 있는 꿈을 꾸었습니다. 거기 경호 대장의 종인 히브리 청년이 함께 있었는데, 저희가 꿈을 말하자 각 사람의 꿈대로 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푼 대로 되었습니다. 저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는 나무에 매달렸습니다."

바로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꿈을 꾸었는데 풀 사람이 없다. 그런데 너는 꿈을 들으면 풀어낸다고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십삼 년 전의 나라면 받았을 것이다. 꿈 이야기를 자랑삼아 형들에게 늘어놓던 소년이라면.

"제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바로께 평안한 대답을 주실 것입니다."

바로는 잠시 나를 보더니 꿈을 말하기 시작했다.

"꿈에 내가 나일 강가에 서 있었다. 살지고 보기 좋은 암소 일곱 마리가 강에서 올라와 갈대밭에서 풀을 뜯었다. 그 뒤에 약하고 아주 흉하고 마른 암소 일곱 마리가 올라왔다. 그렇게 흉한 소는 애굽 온 땅에서 본 적이 없다. 그 마르고 흉한 소들이 먼저 올라온 살진 소 일곱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런데 먹고 나서도 먹은 것 같지 않았다. 여전히 흉했다. 그러고 나서 깼다."

그는 숨을 한 번 쉬었다.

"다시 잠들어 꿈을 꾸었다. 한 줄기에서 알차고 좋은 이삭 일곱이 나왔다. 그 뒤에 동풍에 바싹 말라 쭉정이가 된 이삭 일곱이 나왔다. 그 마른 이삭들이 좋은 이삭 일곱을 삼켜 버렸다. 이 꿈을 마술사들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내게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하게 고요했다. 감옥에서 두 관원장의 꿈을 들었을 때처럼, 뜻이 안에서 또렷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보여 주고 계셨다.


"바로의 꿈은 하나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려는 일을 바로께 미리 보여 주신 것입니다."

궁 안이 조용해졌다.

"좋은 암소 일곱은 일곱 해입니다. 좋은 이삭 일곱도 일곱 해입니다. 같은 꿈입니다. 뒤에 올라온 마르고 흉한 암소 일곱도 일곱 해이고, 동풍에 말라 속이 빈 이삭 일곱도 일곱 해입니다. 일곱 해 동안 흉년이 든다는 뜻입니다."

"제가 바로께 말씀드린 대로, 하나님께서 하시려는 일을 바로께 보여 주신 것입니다. 앞으로 애굽 온 땅에 일곱 해 동안 큰 풍년이 들 것입니다. 그다음 일곱 해 흉년이 들어, 애굽 땅의 풍년을 다 잊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굶주림이 이 땅을 망가뜨릴 것입니다. 뒤에 오는 흉년이 너무 심해서, 이 땅에 풍년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께서 같은 꿈을 두 번 꾸신 것은, 하나님께서 이 일을 이미 정하셨고 곧 이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설 애굽 사람들은 자기들의 신을 섬겼지만, 요셉은 이 흉년과 풍년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정하신 일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성경은 하나님이 한 집안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역사를 다스리시는 분이라고 가르친다. 이 흉년은 훗날 야곱의 온 집안을 애굽으로 불러 살리는 길이 된다(창 45:7).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입이 먼저 움직였다. 집 한 채를 다스려 본 사람, 감옥 하나를 맡아 본 사람의 입이었다.

"그러니 바로께서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 애굽 땅을 맡기십시오. 또 나라 곳곳에 관리들을 세우셔서, 풍년 일곱 해 동안 애굽 땅 곡식의 오분의 일을 거두게 하십시오. 앞으로 올 풍년의 곡식을 모두 모아 바로의 손 아래 두시고, 성마다 쌓아 두어 지키게 하십시오. 그 곡식을 앞으로 올 흉년 일곱 해를 위해 저장해 두시면, 이 땅이 흉년으로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가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신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모두에게 좋게 들렸다.

바로가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처럼 하나님의 영이 함께하는 사람을 우리가 어디서 또 찾겠느냐?"

그리고 바로가 나를 보았다.

"하나님이 이 모든 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으니, 너처럼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 네가 내 집을 맡아라. 내 백성은 모두 네 명령을 따를 것이다. 내가 너보다 높은 것은 이 왕좌 하나뿐이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오늘 아침까지 나는 죄수였다.

"내가 너를 애굽 온 땅의 총리로 세운다."

바로가 손가락에서 왕의 도장이 새겨진 반지를 빼어 내 손가락에 끼웠다. 고운 베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었다. 그리고 자기 다음 가는 수레에 나를 태웠다. 수레가 거리로 나가자 앞에서 사람들이 외쳤다.

"엎드려라! 엎드려라!"

사람들이 길바닥에 엎드렸다. 나는 수레 위에서 그 등들을 내려다보았다. 곡식 단들이 내 단에 절하던 꿈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꿈의 단들은 이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 형들이었다. 그 꿈은 아직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로가 말했다. "나는 바로다. 그러나 애굽 온 땅에서 네 허락 없이는 아무도 손 하나 발 하나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내게 애굽 이름을 지어 주었다. 사브낫바네아. 그리고 온이라는 도시의 제사장 보디베라의 딸 아스낫을 내 아내로 주었다. 나는 애굽 온 땅을 두루 다녔다.

해설 요셉은 애굽식 이름을 받고 애굽 제사장의 딸과 결혼했다. 온은 애굽의 태양신을 섬기던 도시였다. 성경은 이 일을 따로 평가하지 않지만, 요셉이 낯선 나라의 높은 자리에서도 아버지의 하나님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두 아들의 이름이 보여 준다.

그때 나는 서른 살이었다. 열일곱에 팔려 왔으니, 십삼 년이 걸렸다.


꿈대로였다. 일곱 해 동안 땅이 넘치도록 곡식을 냈다. 밭마다 이삭이 고개를 숙였고 창고마다 문이 닫히지 않았다. 나는 그 일곱 해의 곡식을 거두어 성마다 쌓았다. 각 성 둘레 밭에서 난 곡식은 그 성 안에 두었다. 곡식이 바닷가 모래처럼 많아서, 나중에는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셀 수가 없었다.

흉년이 오기 전에 아스낫이 아들 둘을 낳았다.

맏아들을 안았을 때 나는 그 아이 이름을 므낫세라고 지었다. "잊게 하심"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내 모든 고생과 아버지 집 일을 다 잊게 하셨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버지 집의 일. 형들. 구덩이. 그 이름을 지으며 나는 그 모든 것을 이 아이 이름 속에 묻어 두려 했다.

둘째는 에브라임이라고 했다. "열매가 많음"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내가 고생한 이 땅에서 나를 번성하게 하셨다.

해설 므낫세와 에브라임은 훗날 할아버지 야곱의 축복을 받아 각각 이스라엘의 한 지파가 된다(창 48장). 그래서 요셉 지파는 따로 없고, 요셉은 두 아들을 통해 맏아들처럼 두 몫을 받게 된다.


일곱 해 풍년이 끝났다. 그리고 내 말대로 일곱 해 흉년이 시작되었다.

밭이 갈라졌다. 심은 것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웃 나라들은 모두 굶주렸지만 애굽 온 땅에는 먹을 것이 있었다. 그러나 흉년이 깊어지자 애굽 백성도 배고파 바로에게 울부짖었다. 바로는 한마디만 했다.

"요셉에게 가라. 그가 시키는 대로 해라."

나는 창고들을 열었다. 애굽 사람들에게 곡식을 팔았다. 흉년은 온 땅에 심해졌다.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곡식을 사려고 애굽으로, 내게로 몰려왔다. 온 세상에 굶주림이 심했다.

나는 날마다 줄 선 얼굴들을 보았다. 먼 길을 온 사람들. 먼지를 뒤집어쓴 나귀들.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사투리. 그 줄은 끝이 없었다.

그 줄 어딘가에, 가나안에서 온 사내 열 명이 서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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