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창조와 족장 · 창세기 39-40장

제27장 보디발의 집과 감옥

애굽, 지금의 이집트. 나일 강을 따라 왕궁과 신전과 큰 집들이 늘어선, 그 시절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야곱이 가장 아끼던 아들 요셉은 형들의 미움을 사서 은 스무 개에 팔렸다. 그를 산 이스마엘 상인들은 낙타 행렬을 끌고 애굽으로 내려가, 거기서 그를 다시 팔았다. 애굽의 왕은 "바로"라고 불렸다.

이 장은 요셉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형들에게 팔릴 때 열일곱 살이던 야곱의 열한째 아들이다.

이 장의 사람들: 요셉(화자, 애굽에 노예로 팔려 온 야곱의 아들), 보디발(바로의 경호대장, 요셉을 산 주인), 보디발의 아내(요셉을 유혹하다 모함함), 간수장(왕의 감옥을 맡은 사람), 술 맡은 관원장과 빵 굽는 관원장(바로에게 죄를 지어 갇힌 신하들)

노예 시장에서는 사람을 이빨부터 본다.

누군가 내 턱을 잡고 입을 벌렸다. 팔뚝을 눌러 보고, 등을 돌려 세웠다. 나는 그들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이스마엘 상인이 손가락을 펴 보이며 값을 불렀고, 상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를 산 사람은 보디발이었다. 바로의 신하로, 왕을 지키는 군대의 대장이었다. 그의 집은 담이 높았고 마당에 물이 흘렀다. 나는 그 집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부터 배웠다. 물을 길으며 배우고, 곡식 자루를 나르며 배웠다. 밤이면 아버지 생각이 났다. 채색옷을 입혀 주던 손. 그 옷은 형들이 벗겨 가져갔다. 아버지가 그 옷을 보았을까. 그 생각을 하면 숨이 막혔다. 그래서 낮에는 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 손을 거치는 일마다 잘되었다. 내가 맡은 밭은 더 많이 냈고, 내가 정리한 창고에서는 아무것도 썩지 않았다. 나도 알았다. 내 솜씨가 아니었다.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계셨다. 아버지의 하나님이, 이 먼 땅까지 따라와 계셨다.

주인도 그것을 보았다. 그는 애굽 사람이었고 여호와를 몰랐다. 그런데도 알아보았다. 이 히브리 종이 하는 일에는 그의 신이 함께한다는 것을.

어느 날 주인이 나를 불렀다. 집안의 모든 일을 내게 맡긴다고 했다. 창고 열쇠, 일꾼들, 밭, 장부. 그날부터 여호와께서 나 때문에 그 애굽 사람의 집에 복을 주셨다. 집 안에도, 들에도 복이 넘쳤다. 주인은 자기가 먹을 음식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팔려 온 노예가, 남의 나라에서 한 집안을 다스리는 종이 되었다.


나는 생김새가 좋았다. 그 일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주인의 아내가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모른 척했다. 그러다 그녀가 말로 했다. 나와 함께 눕자고.

나는 거절했다.

"주인께서는 이 집 일을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제 손에 맡기셨습니다. 이 집에서 저보다 높은 사람이 없습니다. 주인께서 제게 금하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마님만 빼고요. 마님은 주인의 아내이시니까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이런 큰 악을 저질러 하나님께 죄를 짓겠습니까?"

하나님께. 나는 그 말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도 말하고 있었다. 주인이 보지 않아도, 아무도 모르게 해도, 그 일은 하나님 앞에서 하는 일이었다.

해설 요셉은 이 일을 주인에게 짓는 잘못이기 전에 "하나님께 짓는 죄"라고 말한다. 성경은 모든 죄가 결국 하나님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가르친다(시 51:4).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하나님 앞에 산다는 것, 그것이 요셉이 유혹을 이긴 힘이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날마다 말했다. 나는 날마다 거절했다. 그녀 곁에 있는 것조차 피했다. 복도에서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면 다른 쪽으로 돌았다. 그 집에서 가장 넓은 권한을 가진 내가, 그 집에서 가장 좁게 걸어 다녔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나는 일을 보러 안채에 들어갔다. 이상하게 조용했다. 늘 북적이던 하인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누가 내 옷을 움켜잡았다.

"나와 함께 눕자."

생각할 틈이 없었다. 나는 몸을 빼냈다. 옷이 그녀 손에 남았다. 나는 겉옷도 없이 문밖으로 달아났다. 등 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정적이 더 무서웠다.


그다음 일은 나중에 하인들에게 들었다.

그녀는 내가 옷을 버려 두고 달아난 것을 보자 집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고 했다.

"이것 봐라! 주인이 히브리 놈을 데려와서 우리를 우습게 만드는구나. 그놈이 나를 덮치려고 들어왔기에 내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내 소리를 듣고 그놈이 옷을 버려두고 도망쳤다."

그녀는 내 옷을 곁에 두고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주인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당신이 데려온 그 히브리 종이 나를 욕보이려고 들어왔어요. 내가 소리를 지르니까 옷을 내게 버려두고 도망갔어요."

주인은 크게 화를 냈다. 나는 끌려갔다. 아무도 내 말을 묻지 않았다. 묻는다 한들 증거는 그녀 손에 있었다. 내 옷.

또 옷이었다. 형들은 내 채색옷을 피에 적셔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이번에는 주인의 아내가 내 옷을 증거로 내밀었다. 옷이 벗겨질 때마다 나는 더 깊이 내려갔다. 구덩이, 노예 시장, 그리고 이제 감옥.


그 감옥은 왕의 죄수들을 가두는 곳이었다. 주인의 집 안에 있었다. 돌벽은 축축했고 빛은 위쪽 작은 틈으로만 들어왔다. 발에는 쇠고랑이 채워졌다.

나는 처음 며칠을 벽만 보고 지냈다. 하나님께 죄를 짓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차라리 그때 눈을 감았더라면. 그런 생각이 한 번도 안 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계셨다. 그분은 나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푸셨고, 간수장의 눈에 내가 좋게 보이게 하셨다. 간수장은 감옥의 모든 죄수를 내 손에 맡겼다. 감옥 안의 일은 무엇이든 내가 처리했다. 간수장은 내게 맡긴 일을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하는 일마다 잘되게 하셨기 때문이다.

노예로서도, 죄수로서도, 나는 같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내가 어디로 떨어지든 그분은 거기 먼저 와 계셨다.

해설 이 장에는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셨다"는 말이 여러 번 되풀이된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은 고난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요셉은 옳은 일을 하고도 감옥에 갇혔지만, 하나님은 그 낮은 자리에서도 그를 붙들고 계셨고 그 모든 길을 통해 더 큰 계획을 이루어 가셨다(창 50:20).


얼마 뒤 새 죄수 둘이 들어왔다. 바로의 술을 맡은 관원장과 빵 굽는 관원장이었다. 둘 다 바로에게 잘못을 저질렀다. 바로가 화가 나서 그들을 이 감옥에 가두었다. 경호 대장은 나에게 그들의 시중을 들라고 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났다.

어느 아침 그들 방에 들어가니 두 사람의 얼굴이 어두웠다.

"오늘은 왜 그렇게 근심하는 얼굴이십니까?"

"우리 둘 다 꿈을 꾸었는데, 풀어 줄 사람이 없다."

꿈.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내가 꾼 꿈 때문에 나는 여기 있었다. 형들의 곡식 단이 내 단에 절하던 꿈. 해와 달과 별이 내게 절하던 꿈. 그 꿈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데도 나는 입을 열었다.

"꿈을 푸는 것은 하나님께 달린 일 아닙니까? 제게 말씀해 보십시오."

술 맡은 관원장이 먼저 말했다.

"꿈에 내 앞에 포도나무가 있었다. 가지가 셋이었는데, 싹이 나고 꽃이 피더니 금방 포도송이가 익었다. 내 손에 바로의 잔이 있어서, 포도를 따서 그 잔에 즙을 짜 넣고 바로의 손에 올려 드렸다."

뜻이 내 안에 또렷이 떠올랐다.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었다.

"풀이는 이렇습니다. 가지 셋은 사흘입니다. 사흘 안에 바로께서 당신을 불러내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실 겁니다. 전에 하시던 대로 바로의 손에 잔을 올리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나는 덧붙였다. 참으려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일이 잘되시거든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제게 은혜를 베풀어 바로께 제 사정을 말씀드려서, 이곳에서 꺼내 주십시오. 저는 히브리 사람의 땅에서 억지로 끌려왔습니다. 여기서도 감옥에 갇힐 만한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빵 굽는 관원장이 풀이가 좋은 것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

"나도 꿈을 꾸었다. 흰 빵이 담긴 바구니 셋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맨 위 바구니에는 바로께 드릴 온갖 구운 음식이 있었는데, 새들이 내 머리 위 바구니에서 그것을 쪼아 먹었다."

이번에도 뜻이 보였다. 나는 잠시 말을 고르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여 주신 것을 바꿔 말할 수는 없었다.

"풀이는 이렇습니다. 바구니 셋은 사흘입니다. 사흘 안에 바로께서 당신의 머리를 베고 당신을 나무에 매다실 겁니다. 그러면 새들이 당신의 살을 쪼아 먹을 겁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의 얼굴을 오래 보지 못했다.


사흘째 되는 날은 바로의 생일이었다. 바로는 모든 신하를 불러 잔치를 열었고, 두 관원장을 감옥에서 불러내 신하들 앞에 세웠다. 술 맡은 관원장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 바로의 손에 잔을 올렸다. 빵 굽는 관원장은 나무에 매달렸다. 내가 풀이한 그대로였다.

나는 기다렸다. 문이 열릴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사흘이 열흘이 되고, 열흘이 한 달이 되었다. 계절이 바뀌었다.

술 맡은 관원장은 나를 기억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잊었다.

그리고 두 해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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