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창조와 족장 · 창세기 37장

제25장 채색옷

가나안 땅 헤브론 골짜기. 야곱, 곧 이스라엘은 아버지 이삭이 나그네로 살던 이 땅에 자리를 잡았다. 그에게는 네 여자에게서 얻은 열두 아들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사랑한 아내 라헬이 낳은 아들은 요셉과 막내 베냐민 둘뿐이고, 라헬은 베냐민을 낳다가 길에서 죽었다. 나머지 열 아들은 라헬의 언니 레아와 두 여종의 아들들이다. 아버지가 한 아들만 감싸는 집에서 형들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끓고 있었다.

이 장은 라헬의 맏아들 요셉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때 열일곱 살, 형들과 함께 양을 치는 소년이다.

이 장의 사람들: 요셉(화자, 라헬의 맏아들, 열일곱 살), 야곱(요셉의 아버지, 이스라엘), 르우벤(맏형, 요셉을 살리려 함), 유다(넷째 형, 팔자고 제안함), 시므온과 레위(세겜에서 칼을 들었던 형들), 단, 납달리, 갓, 아셀(여종들이 낳은 형들), 보디발(애굽 바로의 경호대장)

아버지가 내게 그 옷을 입혀 주던 날을 기억한다.

길고, 소매가 손목까지 내려오고, 여러 빛깔 실로 짠 옷이었다. 양을 치는 사람이 입을 옷이 아니었다. 그 옷을 입으면 일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형들은 알았다.

해설 이 옷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아버지가 요셉을 다른 아들들 위에 두고 집안을 이을 아들로 여긴다는 표시로 읽힌다. 맏아들 르우벤이 아버지의 첩과 동침해 장자의 자리를 잃은 뒤였기에(창 35:22), 형들에게 이 옷은 더 아프게 보였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보다 훨씬 더 사랑했다. 그걸 숨기지 않았다. 형들은 그걸 보았다. 그날부터 형들은 나에게 다정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인사를 해도 대꾸하지 않았다. 대꾸할 때는 말끝이 날카로웠다.

나는 빌하와 실바가 낳은 형들, 단과 납달리와 갓과 아셀 형과 함께 양을 쳤다. 형들은 이따금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나는 그걸 아버지께 고했다. 아버지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내가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다. 형들이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꿈을 꾸었다.

"형님들, 내가 꾼 꿈 좀 들어 봐요. 우리가 밭에서 곡식 단을 묶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 단이 벌떡 일어서는 거예요. 그러니까 형님들 단이 빙 둘러서서 내 단에 절을 했어요."

나는 그 꿈이 신기했다. 그래서 말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형들의 얼굴이 굳었다.

"네가 정말 우리 왕이라도 되겠다는 거냐? 정말 우리를 다스리겠다는 거냐?"

형들은 그 꿈 때문에, 그리고 그걸 떠벌린 내 입 때문에 나를 더 미워했다.

나는 또 꿈을 꾸었다. 그리고 또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입을 막고 싶다.

"내가 또 꿈을 꿨어요. 해랑 달이랑 별 열한 개가 나한테 절을 했어요."

이번에는 아버지 앞에서도 말했다. 아버지가 나를 꾸짖었다. 아버지가 나를 꾸짖는 일은 드물었다.

"그게 무슨 꿈이냐? 나와 네 어머니와 네 형들이 정말로 네 앞에 가서 땅에 엎드려 절하겠다는 거냐?"

형들은 나를 시기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꿈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 꾸짖으면서도 아버지의 눈은 오래 내게 머물러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을 이해하지 못했다.

해설 성경에서 꿈은 하나님이 앞일을 알려 주시는 방법으로 자주 쓰인다. 요셉의 두 꿈은 훗날 형들이 애굽에서 그 앞에 엎드려 절할 때 그대로 이루어진다(창 42장). 라헬은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꿈속의 "해와 달"은 아버지와 집안의 어른들을 가리키는 그림으로 풀이된다.


형들이 아버지의 양 떼를 몰고 북쪽 세겜으로 갔다. 세겜. 몇 해 전 시므온 형과 레위 형이 칼을 들었던 곳. 그곳 사람들이 우리 집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아버지는 걱정했을 것이다.

"요셉아, 네 형들이 세겜에서 양을 치고 있지 않으냐? 너를 그리로 보내야겠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가서 형들이 잘 있는지, 양 떼도 별일 없는지 보고 돌아와서 내게 알려 다오."

아버지는 헤브론 골짜기에서 나를 떠나보냈다. 나는 그 옷을 입고 길을 나섰다. 아버지가 준 옷이니까. 형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그 옷을 입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나는 여전히 몰랐다.

세겜에 닿았는데 거기 형들이 없었다. 나는 들판을 헤맸다. 한 사람이 나를 보고 물었다.

"무얼 찾느냐?"

"형들을 찾고 있어요. 어디서 양을 치는지 아세요?"

"벌써 떠났다. 도단으로 가자고 하는 걸 들었다."

나는 형들을 따라 도단으로 갔다. 더 북쪽이었다. 거기서 형들을 찾았다. 멀리서 양 떼가 보였고, 그 옆에 앉은 형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다. 여러 빛깔 소매가 바람에 펄럭였다.


나는 몰랐다. 내가 가까이 가기 전에 형들이 이미 나를 알아보았다는 것을. 그 옷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형들이 그 사이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그 말은 훗날 형들에게서 들었다.

"저기 꿈꾸는 녀석이 온다. 자, 죽여서 구덩이에 처넣자. 사나운 짐승이 잡아먹었다고 하면 그만이야. 그 꿈이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

르우벤 형이 그 말을 듣고 막아섰다. "목숨만은 해치지 말자. 피는 흘리지 마. 저 광야에 있는 구덩이에 던져 넣기만 하고 손은 대지 말자." 르우벤 형은 나중에 나를 몰래 건져서 아버지께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내가 도착했다. 숨을 고르며 웃었다. "형님들, 아버지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형들의 손이 나를 붙잡았다. 누군가 내 옷깃을 움켜쥐었다. 그 옷을 벗겼다. 여러 빛깔의 그 옷. 실밥이 뜯기는 소리가 났다. 나는 영문을 몰라 외쳤다. 형님, 형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구덩이에 던졌다.

빗물을 받아 두는 구덩이였는데 말라 있었다. 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무릎이 깨졌다. 위를 올려다보니 둥근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에 형들의 얼굴이 하나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나는 소리쳤다. 빌었다. 울었다. 흙벽을 손톱으로 긁으며 기어오르려 했다. 손끝에서 피가 났다. 위에서는 아무 소리도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냄새가 내려왔다. 빵 굽는 냄새, 고기 냄새. 형들은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날 구덩이 바닥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 꿈을 미워했다. 단이 일어서고, 해와 달과 별이 절한다고.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나는 형들을 미워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미워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위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낙타 방울 소리, 낯선 말투.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길르앗 쪽에서 내려오는 이스마엘 사람들의 대상이었다. 낙타에 향료와 유향과 몰약을 싣고 애굽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대상을 본 유다 형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동생을 죽이고 그 피를 숨긴다고 우리한테 무슨 득이 있겠냐. 차라리 저 이스마엘 사람들한테 팔아 버리자. 우리 손으로 해치지는 말자. 그래도 우리 동생이고 우리 피붙이잖아."

형들은 그 말을 따랐다.

해설 이 장에서는 같은 장사꾼들이 "이스마엘 사람"과 "미디안 사람"으로 함께 불린다. 둘 다 아브라함의 다른 아들들(이스마엘, 미디안)에게서 나온 족속으로, 광야를 오가며 장사하던 무리를 두루 이르는 말로 쓰였다고 풀이된다. 사사기 8:24에도 미디안 사람을 이스마엘 사람이라 부르는 대목이 있다.

밧줄이 내려왔다. 나는 그게 살길인 줄 알았다. 매달려 올라갔다. 햇빛에 눈이 부셨다. 눈을 뜨니 형들 말고 낯선 사내들이 서 있었다. 미디안 상인들이었다. 그들이 내 팔을 잡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이빨을 들여다보았다. 어깨를 쥐어 보았다. 짐승을 고르듯이.

은 스무 개. 은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건너가며 짤랑거리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나는 형들을 보았다. 아무도 내 눈을 보지 않았다. 유다 형은 땅을 보고 있었다. 시므온 형은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다시 외쳤다. 제발요. 형님. 내 목소리가 내 귀에도 낯설었다.

상인들이 내 손목을 묶었다. 그리고 남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형들은 점점 작아졌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해설 형들에게 미움받아 은에 팔리고, 죽은 줄 알았다가 높임을 받아 결국 자기를 판 형들을 살리는 요셉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삶을 미리 보여 주는 그림으로 많이 읽힌다. 예수님도 자기 백성에게 버림받고 은 삼십에 팔리셨으며, 죽으셨다가 살아나 죄인들을 구원하셨다.

그날 르우벤 형은 그 자리에 없었다. 나중에 들었다. 형이 구덩이에 돌아와 보니 내가 없었다고. 형은 옷을 찢으며 동생들에게 가서 울부짖었다고 한다. "아이가 없어. 나는,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냐."


그다음 일도 나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들었다.

형들은 숫염소 한 마리를 잡아 그 피에 내 옷을 적셨다. 그리고 그 옷을 아버지께 보냈다. "이걸 주웠습니다. 아버지 아들 옷인지 한번 보세요."

아버지는 한눈에 알아보았다고 한다. 자기 손으로 지어 입힌 옷이었으니까.

"내 아들 옷이다. 사나운 짐승이 그 아이를 잡아먹었구나. 요셉이 갈기갈기 찢겼구나."

아버지는 옷을 찢고 허리에 거친 삼베를 두르고 오랫동안 나를 위해 울었다. 아들들과 딸들이 모두 와서 위로했지만 아버지는 위로받기를 거절했다. "아니다. 나는 슬퍼하며 무덤에 있는 내 아들에게로 내려가겠다." 아버지는 그렇게 울었다.

나는 그 울음을 듣지 못했다. 그때 나는 묶인 손으로 낯선 사람들을 따라 남쪽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밤이면 낙타 옆에서 웅크리고 잤다. 향료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늘에는 별이 떴다. 나는 그 별들을 세지 않았다. 열하나라는 숫자가 무서웠다.

미디안 상인들은 애굽에 이르러 나를 다시 팔았다. 사는 사람은 바로 왕의 신하, 경호대장 보디발이었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값을 치렀다. 나는 그 집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의, 처음 보는 높은 담 안으로.

그 무렵 유다 형이 형제들을 떠나 다른 곳으로 내려갔다는 것은, 훨씬 뒤에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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