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창조와 족장 · 욥기 38-42장

제10장 폭풍 속의 음성

우스 땅의 잿더미. 욥은 세 친구와 오래 논쟁한 끝에 "전능하신 분이 내게 대답하시기를" 하고 입을 닫았다. 젊은 엘리후가 하나님의 크심을 말하는 사이 북쪽 하늘에서 폭풍이 몰려왔다. 욥이 그토록 기다리던 하나님의 대답이 마침내 온다. 그러나 그것은 욥이 예상한 대답이 아니었다.

이 장은 욥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잃고 잿더미에 앉아 하나님께 따지던 사람이다.

이 장의 사람들: 욥(화자), 엘리바스, 빌닷, 소발(욥의 세 친구), 엘리후(세 친구 뒤에 말한 젊은이), 여미마, 긋시아, 게렌합북(욥이 다시 얻은 세 딸)

바람이 너무 세서 눈을 뜰 수 없었다. 재와 모래가 얼굴을 때렸다. 친구들은 옷자락으로 머리를 감싸고 엎드렸다. 나는 엎드리지 못했다. 몸이 굳어 있었다.

엘리후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 끊겼다.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다. 나는 대답을 달라고 했었다. 서명까지 해 놓고 기다렸다. 그분 앞에 서면 무슨 말부터 할지, 잿더미 위에서 수없이 되뇌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말들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폭풍 가운데서 내게 말씀하셨다.

지혜 없는 말로 내 뜻을 어둡게 만드는 자가 누구냐? 이제 사내답게 허리를 묶어라. 내가 너에게 물을 테니 대답해 보아라.

나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나님 앞에 서서 내 사정을 하나하나 말씀드리는 순간. 그런데 묻는 쪽은 내가 아니었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 네가 그렇게 잘 안다면 말해 보아라. 누가 땅의 크기를 정하고 그 위에 줄을 띄웠는지 너는 아느냐? 땅의 주춧돌은 무엇 위에 세웠으며, 그 모퉁잇돌은 누가 놓았느냐? 그때 새벽별들이 함께 노래하고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쳤다.

바다가 태에서 터져 나오듯 넘쳐흐를 때 누가 문을 닫아 바다를 가두었느냐? 그때 내가 구름으로 바다의 옷을 삼고 짙은 어둠으로 강보를 삼았다. 바다에 경계를 정하고 문과 빗장을 달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와도 되지만 더는 넘어오지 마라. 네 거센 물결은 여기서 멈춰라."

그분은 묻기를 멈추지 않으셨다.

네가 태어난 뒤로 아침에게 명령해 본 적이 있느냐? 바다 밑 샘에 들어가 보았느냐? 죽음의 문을 본 적이 있느냐?

너는 눈을 쌓아 둔 곳간에 들어가 보았느냐? 우박을 넣어 둔 창고를 보았느냐? 너는 묘성을 한데 묶을 수 있느냐? 삼성의 띠를 풀 수 있느냐? 네가 번개를 보내면 번개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느냐? 사람 속에 지혜를 넣어 준 이가 누구냐?

네가 암사자를 위해 먹이를 사냥해 주겠느냐? 까마귀 새끼들이 먹을 것이 없어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헤맬 때, 그 먹이를 마련해 주는 이가 누구냐? 산 염소가 새끼 낳는 때를 너는 아느냐? 말에게 힘을 준 것이 너냐? 그 목에 휘날리는 갈기를 입힌 것이 너냐? 매가 날개를 펴고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네 지혜 덕분이냐? 독수리가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것이 네 명령 때문이냐?

들나귀, 들소, 타조. 그분은 내가 한 번도 마음에 둔 적 없는 짐승들을 하나하나 부르셨다. 나는 평생 내 양과 내 낙타만 셌다. 그런데 그분은 아무도 기르지 않는 짐승의 새끼 낳는 날까지 세고 계셨다.

땅의 기초를 놓으실 때 나는 없었다. 그때 새벽별들이 노래했다고 하셨다. 내가 내 생일을 저주하기 훨씬 전부터, 세상은 기쁨의 노래 속에서 지어졌다. 나는 내 고통이 세상의 한가운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이 보여 주신 세상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넓었다. 그 넓은 세상을 그분은 한순간도 놓지 않고 계셨다. 까마귀 새끼 하나까지.

트집 잡는 자가 전능자와 다투겠느냐? 하나님을 꾸짖는 자는 대답해 보아라.

나는 대답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무슨 말로 대답하겠습니까. 손으로 입을 막을 뿐입니다. 이미 한두 번 말했으니, 다시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폭풍은 그치지 않았다.

이제 사내답게 허리를 묶어라. 내가 너에게 물을 테니 대답해 보아라. 네가 나의 공의를 깨뜨리려느냐? 너 자신이 옳다고 하려고 나를 불의하다고 하느냐? 너에게 하나님 같은 팔이 있느냐? 하나님처럼 천둥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

그렇다면 위엄과 영광으로 너 자신을 꾸며 보아라. 네 넘치는 분노를 쏟아 교만한 자를 모두 찾아내어 낮추고, 악인을 그 자리에서 짓밟아라. 그들을 다 함께 흙에 묻어라. 그러면 네 오른손이 너를 구원할 수 있다고 내가 인정하겠다.

나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내가 한 말들을 떠올렸다. 왜 악인이 잘 사느냐고 물었다. 세상을 바로잡지 않으신다고 따졌다. 그런데 나는 교만한 사람 하나 낮출 힘이 없었다. 잿더미에서 일어설 힘도 없었다.

이제 하마를 보아라. 내가 너를 지은 것처럼 그것도 지었다. 소처럼 풀을 먹지만 그 힘은 허리에 있고, 뼈는 놋쇠 관 같고 쇠막대 같다. 그것은 하나님이 지으신 것 가운데 으뜸이다. 강물이 불어 입까지 차올라도 놀라지 않는다. 누가 그것을 눈앞에서 잡을 수 있겠느냐?

네가 낚싯바늘로 악어를 낚을 수 있겠느냐? 끈으로 그 혀를 맬 수 있겠느냐? 아무도 그것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누가 감히 내 앞에 맞서겠느냐? 누가 먼저 내게 무엇을 주었기에 내가 갚아야 하느냐? 온 하늘 아래 있는 것이 다 내 것이다. 땅 위에 그만한 것이 없으니, 두려움을 모르게 지어졌다. 그것은 높은 것을 다 내려다보고, 모든 교만한 것들의 왕이다.

그분은 끝내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셨다. 왜 내 아이들이 죽었는지, 왜 내 몸이 이렇게 되었는지. 하늘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상했다.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 질문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분이 거기 계셨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해설 하나님은 욥에게 고난의 이유, 곧 1-2장에서 하늘에서 오간 일을 끝내 설명하지 않으셨다. 대신 자신이 누구신지를 보여 주셨다. 욥기는 "왜"에 대한 답보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를 가르친다. 하마와 악어로 옮긴 "베헤못"과 "리워야단"은 실제 짐승으로 보는 풀이와, 사람이 길들일 수 없는 혼돈과 악의 세력을 그린 것으로 보는 풀이가 있다.


나는 엎드렸다. 이번에는 몸이 저절로 숙여졌다.

"주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고, 하시려는 일은 무엇이든 이루신다는 것을 압니다. 지혜 없는 말로 주님의 뜻을 가리는 자가 누구냐고 하셨지요. 바로 저입니다. 저는 깨닫지도 못하는 일을 말했습니다. 알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일을 말했습니다. 들으라, 내가 말하겠다, 내가 물을 테니 대답하라고 하셨지요. 주님, 제가 주님에 대해 귀로 듣기만 했는데, 이제는 제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말을 거두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합니다."

해설 욥이 회개한 것은 고난을 불러온 숨은 죄가 아니다. 다 알지 못하면서 하나님의 일을 함부로 판단한 말에 대한 회개다. 1장에서 하나님이 욥을 "흠 없다"고 하신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그분은 엘리바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와 네 두 친구에게 화가 났다. 너희가 나에 대해 한 말이 내 종 욥이 한 말처럼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희는 이제 수송아지 일곱 마리와 숫양 일곱 마리를 끌고 내 종 욥에게 가서 너희를 위해 번제를 드려라. 내 종 욥이 너희를 위해 기도할 것이고, 나는 그의 기도를 들어주겠다. 그래서 너희가 어리석게 행한 대로 너희에게 갚지 않겠다. 너희가 나에 대해 한 말이 내 종 욥이 한 말처럼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종 욥. 그분은 나를 그렇게 부르셨다. 따지고 원망하던 나를. 하나님을 변호한다며 나를 죄인으로 몰던 그들이 아니라.

해설 욥은 거칠게 따졌지만 하나님께 정직하게 나아갔고, 친구들은 하나님 편을 든다며 하나님에 대해 틀린 말을 했다. 하나님은 친구들을 용서하실 때 번제와 함께 욥의 기도를 거치게 하셨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님 앞에 서서 비는 이 모습은 우리를 위해 간구하시는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한다(히 7:25).

엘리바스와 빌닷과 소발은 여호와께서 명하신 대로 했다. 수송아지 일곱, 숫양 일곱이 끌려왔다. 돌을 모아 제단을 쌓는 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엘리바스의 손이 떨렸다. 하나님을 위해 말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바로 그 하나님께 꾸중을 들은 것이다. 제단에 불이 붙었다. 그들은 내 앞에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쉽지 않았다. 내 열 아이를 죄인이라 부르던 입이었다. 그래도 기도했다. 여호와께서 내 기도를 기쁘게 받으셨다.


내가 친구들을 위해 기도했을 때, 여호와께서 나의 형편을 돌이키셨다. 전에 가졌던 것의 갑절을 주셨다.

살갗이 아물었다. 어느 날 보니 질그릇 조각이 더는 필요 없었다. 나는 그 조각을 버리지 않고 오래 간직했다.

형제들과 누이들과 전에 알던 사람들이 모두 찾아왔다. 내 집에서 함께 먹었다. 여호와께서 내게 내리신 모든 재앙을 두고 나와 함께 슬퍼하고 위로했다. 저마다 금 한 조각과 금 고리 하나씩을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여호와께서 내 마지막 날들에 처음보다 더 큰 복을 주셨다. 양이 만 사천, 낙타가 육천, 소가 천 겨리, 암나귀가 천. 그리고 다시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낳았다.

딸들의 이름은 내가 지었다. 첫째는 여미마, 비둘기. 둘째는 긋시아, 향기로운 계피. 셋째는 게렌합북, 눈을 꾸미는 화장품 그릇. 온 땅에 내 딸들만큼 아름다운 여자가 없었다. 나는 딸들에게도 아들들과 똑같이 유산을 나누어 주었다. 다시 얻은 아이들이었다. 하나도 덜 귀할 수 없었다.

해설 짐승은 정확히 갑절이 되었는데 자녀는 처음과 같은 열 명이다. 먼저 간 열 아이도 하나님 앞에서 아주 없어진 것이 아니니 자녀도 실은 갑절이라고 보는 풀이가 있다. 야고보서는 욥의 인내와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라고 하며, 주님은 자비와 긍휼이 많으신 분이라고 말한다(약 5:11).

먼저 간 열 아이를 나는 잊지 않았다. 새로 얻은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아이들이 함께 떠올랐다. 이 살갗이 다 썩은 뒤에라도 하나님을 뵙겠다고 했던 그날의 고백을, 나는 끝내 거두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백사십 년을 살며 아들과 손자, 그 손자의 손자까지 사 대를 보았다. 이제 나는 늙었고, 내 날이 다 찼다.

귀로만 듣던 분을 나는 눈으로 뵈었다. 그분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부르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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